
2대 0으로 앞서고도 3연패를 당한다는 게 과연 가능할까요? T1이 디플러스 기아에게 10년 만의 역전패를 당하며 LCK컵 탈락이 확정됐습니다. 단순히 한 경기를 진 게 아니라 퍼스트 스탠드 진출권, 홍콩 원정 기회, 그리고 아시안 게임 국대 선발까지 한 번에 날려버린 셈입니다. 저는 이번 경기를 보면서 솔직히 답답함을 넘어 화가 났습니다. 특히 도란 선수의 주사위형 플레이가 최악의 결과로 이어지는 걸 보면서 말이죠.
10년 만의 역전패, 과연 누구 책임인가
T1이 2대 0 리드를 내준 뒤 역전패를 당한 건 2016년 KT전 이후 처음입니다.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한 번도 무너지지 않았던 멘탈이 이번에 완전히 무너진 셈인데요. 많은 분들이 밴픽 문제나 전술 선택을 지적하고 있습니다만, 제가 보기엔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습니다.
저는 1세트를 너무 쉽게 이긴 게 오히려 독이 됐다고 봅니다. 제리 조합으로 손쉽게 승리하면서 팀 전체가 “이 정도면 적당히 해도 이기겠네”라는 착각에 빠진 것 같았습니다. 이후 세트에서 보여준 밴픽을 보세요. 상대에게 강력한 챔피언을 주면서도 “우리가 어떻게든 이기겠지”라는 안일함이 느껴졌습니다. 실제로 전문가들도 스왑픽과 심리전에만 치중하다가 확실한 캐리력이 부족한 조합을 만들어냈다고 평가했습니다.
퍼스트 스탠드 진출 실패는 특히 아쉬운 부분입니다. 페이지가 합류한 새 로스터가 국제 무대에서 실전 경험을 쌓을 기회였는데, 그 기회를 완전히 날려버렸으니까요. 홍콩 현지 팬들의 티켓 양도글이 쏟아지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니 안타까움이 더 컸습니다.
도란의 주사위형 플레이, 이번엔 최악의 눈이 나왔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도란 선수 때문에 매 경기 조마조마합니다. 페이커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 중에서도 유독 도란의 플레이가 불안정하다고 느꼈는데, 이번 경기에서 그 불안감이 현실이 됐습니다. 혼자서 게임을 망치는 듯한 장면들이 계속 나왔고, 주사위형 플레이의 최악의 결과를 본 것 같았습니다.
T1의 강점이 뭘까요? 강력한 바텀 라인전 이죠? 그런데 이번 시리즈에서는 그 강점이 전혀 발휘되지 않았습니다. 유리한 상황에서 먼저 오브젝트를 잡다가 진영이 꼬이거나 역으로 받아치기를 당하는 장면이 반복됐습니다. 전문가들도 교전 연계 실수가 잦았다고 지적했는데, 제가 보기엔 팀 합이 완전히 맞지 않았습니다.
다전제 경험이 풍부한 T1답지 않게 뒷심이 부족했다는 평가도 나왔습니다. 초중반에 주도권을 잡고도 과감하게 밀어붙이지 못하고 정체되면서 DK의 후반 밸류에 밀리는 구도가 계속됐죠. 저는 이런 경기가 계속된다면 T1 경기를 더 이상 챙겨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강타싸움을 왜 계속 만들어주는가
디플러스 기아의 김대호 감독이 승리 인터뷰에서 루시드의 강타 싸움 우위를 언급했는데, 저는 이 부분이 가장 답답했습니다. 왜 굳이 강타 싸움이 되도록 상황을 만드는 걸까요? 오너에게 계속 부담을 주는 운영이 이해가 안 갔습니다.
제 경험상 강타 싸움은 한두 번 뺏기면 심리적으로 계속 불리해집니다. 실제로 2~3번 연속으로 뺏기면 다음 강타 싸움에서 이길 확률이 더욱 줄어들죠. 그런데 T1은 계속해서 용 싸움을 진행하며 강타 대결 구도를 만들었습니다. 페이커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이 모두 “제발 강타 싸움 이겨줘”라고 기도하는 듯한 플레이를 보이니 답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스매시 선수는 인터뷰에서 “2주 전부터 루시드 선수의 강타 싸움이 심상치 않다는 걸 느꼈고, 오늘도 강타 싸움을 많이 이기길래 인게임 중에 지렸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T1은 상대의 강점을 알면서도 계속 강타 싸움 구도를 만들어줬다는 게 이해가 안 됩니다. 김대호 감독이 케리아의 바드를 두고 “AI급 플레이를 해서 일단 잠그고 진행했다”고 말한 것처럼, T1도 상대의 강점은 애초에 차단하는 운영을 했어야 했습니다.
아시안 게임 국대 선발, 이제 더 어려워졌다
이번 패배가 가장 뼈 아픈 이유는 2026 아시안 게임 국가 대표 선발에서 불리한 위치로 밀렸다는 점입니다. 강동훈 감독이 국대 감독으로 내정된 상황에서 T1 선수들은 퍼스트 스탠드라는 어필 무대를 잃어버렸습니다.
국대 로스터는 7월에 제출되지만 실제 멤버 확정은 5월경으로 예상됩니다. 결국 퍼스트 스탠드와 LCK 정규 시즌 1라운드까지의 경기력만 보고 판단된다는 뜻이죠. 도란과 페이지는 국대 경험이 없는 선수들인데, 병역 면제라는 절실한 동기 부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회가 줄어들어 버렸습니다.
쇼메이커 선수는 승리 인터뷰에서 “이렇게 강팀을 이긴 적이 24년도 선발전 이후로는 처음”이라며 기쁨을 표현했습니다. 반면 T1 선수들은 이제 남은 기회가 정규 시즌뿐입니다. 페이커는 이미 병역 면제를 받았지만, 나머지 선수들에게는 정말 절박한 상황이 됐습니다.
저는 T1이 이번 패배를 교훈 삼아 정신을 바짝 차리길 바랍니다. 특히 도란의 불안정한 플레이와 강타 싸움에 의존하는 운영은 반드시 개선돼야 합니다. 1세트를 쉽게 이긴게 오히려 독이 됐다는 제 생각이 맞다면, 앞으로는 매 세트를 긴장감 있게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정규 시즌에서 T1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저는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지켜볼 생각입니다.


